담배 한대를 태우며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노라고,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써 꽁초를 버릴 매너 있는 장소를 찾는다. 사실 사람들의 눈이 두려웠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회사가 나에게 내려준 시간안에서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당연히 정해져 있는 몇 군대 안되는 식당 중에서 내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 한식은 어제 먹었고, 중식은 주말에 가족들과 먹었고. 양식을 먹을까? 오늘 양식을 먹고나면 내일은 대체 무얼 먹어야하지? 우주식?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 때쯤 그 분께서 적막을 깬다. 다들 김치찌개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국이 어떻고 문재인이가 어떻고, 윤석렬이가 어떻고. 또 시작되었다. 누가 누가 더 불쌍한 부자들일까요. 내 한치 앞도 안보이는데 민족의 투사로써 나라 걱정을 시작한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식사 후 너구리굴에 내 다리로 걸어 들어간다. 내 것은 좋은데 남것은 싫은 그곳. 내 부산물은 그쪽으로 안보내는데 그쪽은 왜 자꾸 나에게 커넥트 하려고 하는 걸까? 우리는 하나지만 지금은 하나이고 싶지 않다.

십팔시, 마법의 시간이다. 하나 둘 씩 나보다 위에 분을 공경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매크로를 걸어 일 분 간격으로 그분의 행적을 유심히 관찰한다. 모니터를 응시한 채 턱에 달린 마법의 눈으로 전화기 타자를 누른다. 나 조금 늦을 꺼 같아. 먼저 먹고 있어. 아이러니하게 오른손은 마우스에서 떼지 않는다.

그으래?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예비 2번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지내니. 바쁘다고? 알았어. 마지막 예비 3번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 넘어로 차가운 신호만 흐른다. 젠장 옛날에는 컬러링이 필수 였는데 감정이 메말랐다. 오늘은 공쳤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마법사의 물이라도 한잔 뿌려주고 싶었는데, 대한민국 정서상 혼술은 뭔가 애처롭다.

집에 돌아오는 길. 절대 빈손으로 들어 갈 수 없다. 가게에 잠시 들려 삼성페이로 결제한다. 쿨한 척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한손에 하얀 봉다리를 덜렁 덜렁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검은색으로 주지. 내용물이 보이는 것이 내심 신경이 쓰인다. 집에 도착해 고요한 적막속에서 봉다리의 물건들을 식탁에 꺼내 올린다. 캬~ 내가 취하려고 먹냐 먹다보니 취하는거지.

삽십일 아침 핸드폰에 알림이 울린다. 보상이 도착했다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곤 바로 현실과 타협한다. 십년만 아끼면 오천정도는 모을 수 있겠지. 모바일 부동산에서 집 시세를 검색해본다. 부동산에 가서 중개인을 마주보고 대화할 용기는 이미 없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공간에서 정보를 찾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금요일밤. 이렇게 말하면 멋이 없다. 프라이데이 나잇. 미래 걱정 없는 영앤리치들은 강남 밤거리를 쏘다닌다. 부럽지 않다. 강남 길바닥에 널려 있는 주대 구만 구천원짜리 찌라시의 작품을 안보는척 눈알을 굴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고개는 뻣뻣하게 정면을 향해서. 그리고 일원도 소모되지 않는 랜선 밤거리를 쏘다닌다.

가끔 감떨어져 있는 내가 게임에 접속한다. 요새는 서로 말하면서 게임을 즐긴다. 그 곳에 참여하기 껄끄러운 나는 듣기 모드로 게임을 즐긴다. 헤드셋 너머에서 초등학교 이삼학년 쯤 된 엣된 목소리가 내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온다. 현자 타임이 온다. 나는 서른마흔다섯살인데…

내가 꿈꾸던 삶이란 무엇일까 잠시 곰곰히 생각해 본다. 너무나 너무나도 바쁘게 일상을 살아왔다. 내 통장 잔고는 그대로인데.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목적도 잃었다. 아니 애초에 목적이 있었나. 유치원 때 경찰이 멋있었다. 그래서 내 꿈은 경찰이었다. 지금은 경찰이 무섭다. 중학교 때는 판검사는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고등학교에선 의대가 쉬워 보였다. 지금은 판사도 검사도 무섭고 의사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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