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무명을 버텼더니 이제야 진짜 봄이다 — KIA 김호령, 2026 시즌 FA 전야의 모든 것
2026년 6월 28일 잠실구장. KIA 타이거즈가 4월 18일부터 이어오던 잠실 7연패의 저주를 끊은 날, 팬들이 가장 많이 부른 이름은 김도영도 아니었다. 6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1번 타자 김호령이 말 그대로 경기를 통째로 먹었다. 올 시즌 69경기 기준 타율 0.292, 10홈런, OPS 0.821. 수비형 중견수라는 꼬리표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더 놀라운 건 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12년간 백업 외야수 자리를 지키던 선수가, FA를 앞둔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잠실 7연패를 끝낸 남자, 6타수 3안타 5타점
6월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KIA는 12-1 대승을 거뒀다. 선발 김태형이 7이닝 1실점 인생투로 팀에 숨통을 틔워줬지만, 그 앞에 포문을 연 건 1번 타자 김호령의 방망이였다. 결승 투런 홈런과 쐐기를 박는 3타점 2루타까지, 그야말로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KIA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김호령이 리드오프로서 경기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커뮤니티에는 “오늘 몸값이 가장 싸다”, “계약 언제 하느냐”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농담 같지만 진짜다. 김호령은 요즘 구장에서 “계약 언제 하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12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김호령(34)은 2015년 KIA에 입단했다. 군산상업고와 동국대를 거친 정통 야수형 선수였지만, 1군에서의 커리어는 오랫동안 ‘수비 전문 백업’의 연속이었다. 통산 670경기 기준 타율 0.236, 20홈런, OPS 0.644. 공격 면에서는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다만 ‘호령존’이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리그 최정상급 중견수 수비력 덕에 매 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반전은 2025년에 찾아왔다. 야수 줄부상으로 5월 하순부터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고, 105경기 타율 0.283, 6홈런, OPS 0.793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특히 여름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일시적 반짝’이 아닌 진짜 스텝업을 증명했다. KIA 구단도 8,000만 원이던 연봉을 2억 5,000만 원으로 3배 넘게 올렸다. 심지어 김도영과 KIA 야수진 공동 최고 연봉자 타이틀을 나눠 갖게 됐다.
타격 폼 바꾼 것이 진짜 이유였다
변화의 핵심에는 이범호 감독의 조언이 있었다. 이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김호령에게 오픈스탠스 대신 다리를 일자로 닫고 몸쪽 공을 먼저 공략하는 방식을 권했다. 처음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25년에 본격적으로 폼을 바꿨고 결과는 명확했다. 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자기가 안 바꾸잖아요. 본인이 아니까. 슬럼프가 몇 경기만 오고 다시 내 것으로 돌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니까”라고 말했다. 타격이 완전히 몸에 정착됐다는 신호였다.
2026 시즌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 0.412, 2홈런, 5타점, 7득점. 159km 몸쪽 포심도 거뜬히 공략하고, 변화구도 놓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FA 되는 해에 이런 폼이 정착됐다는 게 구단 입장에선 머리 아픈 일”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FA 시장에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올 시즌 성적이 이어진다면 김호령은 연봉 2억 5,000만 원 기준 B등급 FA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준급 타격과 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겸비한 중견수라면, 비슷한 나이에 65억 원 계약을 맺은 박해민의 사례도 참고 포인트가 된다. 다만 만 34세라는 나이가 변수다. 팬들은 이미 KIA가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지만, 구단이 B등급 보상 부담을 감수하고 타팀이 뛰어들 여지도 충분하다.
- 2026 시즌(6월 기준): 타율 0.292 / 10홈런 / 36타점 / OPS 0.821
- 2025 시즌: 타율 0.283 / 6홈런 / 39타점 / OPS 0.793
- 2026 연봉: 2억 5,000만 원 (전년 대비 3배 이상 인상)
- FA 시기: 2026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호령의 이야기가 단순한 스포츠 미담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다. 프로 12년 동안 백업과 주전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도 자리를 지켜온 선수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좋은 폼으로 터졌다는 점. 슬럼프가 와도 금방 되돌아올 수 있는 자기만의 타격 루틴을 가졌다는 점. 수비까지 여전히 최정상급이라는 점. 이 세 가지가 맞물린 선수라면 FA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KIA 팬들이 “못한 날엔 밥맛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는 선수가 된 김호령. 후반기에도 그의 방망이가 어디를 향하느냐가 KIA의 순위 싸움과 그의 FA 몸값을 동시에 결정짓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인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FA 몸값 또 올랐다’ 김호령 5타점 대폭발! KIA, 두산 12-1 완파 — 미주중앙일보
- 12년차 포텐 대폭발…호령이 등에 날개 달다 — 스포츠경향
- “FA 되는 해에 정착해가지고…머리 아프게 생겼죠” — 마이데일리
- ‘연봉 3배 초대박’ 33세에 맞이한 최고의 1년 — 다음
- 159km 포심도 쾅, 변화구도 쾅…김호령 FA 몸값 올라가는 소리 — 마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