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글렌 한사드 사망,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의 음악 유산

‘Falling Slowly’가 흘러나오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더블린 거리에서 기타를 치는 남자, 낡고 구멍 난 기타 바디, 그 위로 번지는 쉰 목소리. 2007년 영화 <원스(Once)>는 그렇게 수많은 한국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2026년 7월 29일,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소식을 접한 팬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Glen Hansard
사진 출처: 위키백과

새벽 4시 반, 더블린에서 벌어진 일

아일랜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사드는 더블린 루칸 스트로베리 베즈 인근의 로워 로드에서 오전 4시 30분을 조금 못 미쳐 단독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아일랜드 경찰청은 한사드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사고 현장은 조사관에 의해 보존됐고 해당 지역 교통이 우회됐다고 전했다.

소속사 ATC 매니지먼트는 성명을 통해 “깊은 슬픔 속에 글렌이 오늘 새벽 더블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음을 알린다”고 밝혔으며, “글렌의 가족은 이번 비극적인 사고로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고 전했다. X(트위터)에서는 “56살밖에 안 됐는데, 3살 된 아이가 있다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추모 글이 빠르게 퍼졌다. 단순한 스타의 부고가 아니라,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애도하는 모습이었다.

‘원스’ 한 편으로 전 세계를 바꾼 사람

2007년 존 카니 감독의 저예산 음악 드라마 <원스>에서 글렌 한사드는 마르케타 이글로바와 함께 주연을 맡았으며, 두 사람은 영화의 모든 오리지널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Falling Slowly’다. 이 곡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원스>는 2012년 브로드웨이에 올라 토니상 8개를 거머쥐었고, 이후 전 세계 무대에서 공연됐다. 단 17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소박한 아일랜드 독립영화 한 편이 아카데미를 넘어 브로드웨이까지 정복한 셈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글렌 한사드가 얼마나 비범한 음악가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음악으로만 보면, 그는 훨씬 더 큰 사람이었다

많은 한국 팬들이 그를 ‘원스의 그 남자’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한사드의 음악 인생은 훨씬 넓고 깊다. 그는 아일랜드 록밴드 더 프레임스(The Frames)의 오랜 프론트맨이었으며, 마르케타 이글로바와 함께 포크 듀오 스웰 시즌(Swell Season)으로도 활동했다. 2015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Didn’t He Ramble’로는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포크 앨범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망 직전까지도 음악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26년 6월 26일에는 솔로 앨범 ‘Don’t Settle – Transmissions West’를 발매했으며, 이 앨범은 2025년 4월 베를린 풍크하우스에서 이틀 밤 동안 관객 앞에서 녹음한 라이브 앨범으로, 더 프레임스·스웰 시즌 시절 곡부터 솔로 작품까지 20곡을 담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뮤지션으로 살았다는 뜻이다.

그가 남긴 사람들

한사드는 핀란드 출신 시인 파트너 마이레 사리차와 2022년에 태어난 아들 크리스티를 남겼다. SNS에서 “3살 아이를 두고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추모의 물결이 더욱 진해졌다. 음악과 삶을 동시에 살아낸 사람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는 것이, 그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먹먹함을 안겼다.

아일랜드 더블린 발리문 출신의 그는 10대 시절부터 더블린 거리에서 기타를 쳤고, 평생 ‘거리의 음악’이 가진 날것의 감동을 잃지 않았다. 낡아 구멍이 뚫린 기타 바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얼마나 열렬히, 몸으로 음악을 연주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지금 ‘Falling Slowly’를 다시 듣는다면

글렌 한사드의 부고는 단순히 한 뮤지션의 죽음이 아니다. 화려한 스펙터클 없이도 진심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평생 몸소 증명해왔다. 아카데미 트로피도, 토니상도, 그래미 후보도 결국은 그 진심의 결과였다. 오늘 밤, ‘Falling Slowly’를 한 번 더 꺼내 듣는 것이 그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인사일 것 같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