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자가 하루 만에 집에 모캡 스튜디오를 차린 이야기

1인 개발자가 하루 만에 집에 모캡 스튜디오를 차린 이야기 (폰 한 대, 0원)

결론부터: 언리얼 5.8에 무료 마커리스 모캡 플러그인이 생겼다. 폰으로 찍은 영상을 넣으면 손가락까지 잡힌 전신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로컬 처리, 크레딧 없음, 무제한. 나는 이걸 발견하기 전에 유료 서비스 구독을 두 개나 결제했다. 이 글은 그 삽질과 회수의 기록이다.


발단: “건틀렛 끼는 애니메이션이 없다”

액션 게임을 혼자 만들고 있다. 주인공이 전투 전에 건틀렛을 착용하는 인트로 연출을 넣고 싶었는데, 문제는 간단했다 — “걸어가면서 건틀렛을 끼는” 기성 애니메이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걷기, 달리기, 점프는 Mixamo에 널렸다. 하지만 내 게임에만 있는 고유 연출은? 선택지는 셋이었다.

  1. 직접 키프레임 찍기 → 애니메이션은 그림만큼 숙련 영역. 탈락
  2. 텍스트→모션 AI → 시도해봤다. 아래에 후기
  3. 모션캡처 → 수트가 수백만 원인 줄 알았다. 반전이 있었다

1차 시도: 텍스트로 애니메이션 뽑기

텍스트→모션 서비스에 트라이얼을 결제하고 프롬프트를 넣었다. “오른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 주먹을 꽉 쥔다.”

결과: 경례하다 만 자세. 프롬프트를 고쳤다. 이번엔 팔을 앞으로 쭉 뻗어버렸다. 다시 고쳤다. 이번엔 거의 됐는데… 뭔가 이상해서 스켈레톤을 뜯어보니 애초에 손가락 본이 없었다. 주먹을 쥘 손가락이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교훈: 텍스트→모션은 “걷기” 같은 흔한 동작의 러프용이다. 정밀한 공간 지시(“얼굴 앞 30cm”)는 학습 데이터에 없어서 근사치만 나온다.

2차 시도: AI 영상 모캡 (유료)

폰으로 찍은 영상에서 AI가 동작을 추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월 $15 구독을 결제하고, 거실에서 삼각대에 폰을 세우고 직접 연기했다. 그렇다, 1인 개발자는 배우도 겸직한다.(이거때문에, 아이폰15를 퇴근하는길에 60에 사왔다 – 얼굴연기씬을위해)

몸은 그럴듯하게 나왔다. 근데 손가락이 오그라들면서 이상하게 뭉개졌다. 손가락 트래킹은 상위 요금제($250/월) 전용이었고, 무엇보다 내 요금제는 “비상업 전용” — 스팀에 출시할 게임엔 못 쓰는 데이터였다.

반전: 언리얼이 이걸 공짜로 풀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물어다 준 영상 하나로 판이 뒤집혔다.

MetaHuman Animator Markerless Motion Capture 플러그인. 언리얼 5.8용 무료 플러그인인데:

  • 폰/웹캠으로 찍은 영상 하나에서 몸+손가락+얼굴까지 추출
  • 로컬 처리 — 클라우드 없음, 크레딧 없음, 무제한
  • 영상이 내 PC를 떠나지 않음
  • 에픽이 이 분야 원천기술 회사(Meshcapade)를 인수해서 통째로 무료 배포한 것

“나는 유니티 개발자인데?” 상관없다. 언리얼을 게임 엔진이 아니라 모캡 변환기로만 쓰면 된다. 영상 넣고 → FBX 뽑고 → 유니티로 가져오면 끝.

실전: 설치부터 첫 솔브까지

과정 요약 (상세 가이드는 다음 편에):

  1. 언리얼 5.8 설치 (셰이더 컴파일 신고식 20분 포함)
  2. Fab에서 플러그인 설치 → Edit→Plugins에서 MetaHuman Animator + Core Tech + Capture Manager 활성화
  3. 거실에서 폰으로 촬영 — 1080p 60fps, 삼각대 고정, 전신, 밝게
  4. Live Link Hub → Capture Manager로 영상 인제스트
  5. MetaHuman Performance 생성 → 바디 트래킹 체크(기본은 얼굴만이니 주의) → Process
  6. 익스포트에서 얼굴 제외, 바디만 FBX로
  7. 유니티에서 Rig → Humanoid → 내 캐릭터에 리타겟

첫 결과: 그럴듯하게 잘 나왔다. 그리고 유료 서비스에서 뭉개졌던 손가락이 훨씬 정확했다. RTX 4070급에서 14초 클립 솔브에 13분 — 오프라인 배치라 걸어두고 딴 일 하면 된다.

한계도 있다. 싱글 카메라의 물리적 숙명인데, 몸을 크게 돌려 팔이 몸통에 가려진 구간은 팔이 덜덜 떨린다. 카메라가 못 본 부분은 추정치이기 때문. 이건 어느 툴을 써도 같다 — 촬영할 때 사선 동선으로 가림을 피하는 게 답이다.

그래서 얼마 들었나

항목비용
언리얼 5.8 + 플러그인0원
촬영 카메라쓰던 폰
폰 삼각대4만원
텍스트→모션 트라이얼해지 완료 (수업료)
AI 모캡 구독 $15해지 완료 (수업료)

수업료 2건은 아깝지 않았다 — 비교군이 있었기에 언리얼 결과가 얼마나 좋은지 즉시 판단할 수 있었다.

이 파이프라인의 진짜 의미는 돈이 아니라 커스텀 애니메이션의 한계비용이 0이 됐다는 것. 이제 “이 동작 넣을까 말까”를 에셋 가격이 아니라 연출 가치로만 판단한다. 생각나면 거실에서 10초 연기하고, 밥 먹고 오면 FBX가 있다.

다음 편 예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과정 전체를 자동화하는 중이다 — 폰으로 찍으면 클라우드 동기화로 PC에 도착하고, 작은 런처에서 체크박스로 고른 영상만 언리얼이 무인 솔브해서 유니티까지 배달하는 파이프라인. 헤드리스 언리얼의 함정 세 개(Null RHI, 프레임레이트 0, ffmpeg 경로)와 59.94fps를 60으로 반올림하면 생기는 참사, “같은 솔브를 두 번 돌려도 결과가 다르다”는 발견까지 — 다음 편에서.


여담: 이 삽질을 하는 동안에도 사이드 프로젝트 서버비는 나간다. 제가 만든 전국 주차장 정보 사이트 헤이즐파이가 그 서버비를 벌어주고 있다. 1인 개발자의 생태계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