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프로젝트냐” vs “30년 숙원”…한국 원자력 잠수함, 지금 진짜 논쟁은 이것
2026년 6월 30일, ‘전문가들, 韓 핵잠 필요성에 의문…허영 프로젝트냐’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자 온라인이 들끓었다. 불과 한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이 진해 해군기지에서 직접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받으며 ‘장보고 N 프로젝트’를 세상에 공개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그야말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런데 고작 한 달 만에 ‘이게 정말 필요한 거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튀어나왔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논쟁,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황인지 정리해봤다.
장보고 N 프로젝트, 정확히 무엇인가
2026년 5월 26일, 국방부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 목표는 2030년대 중반까지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에는 실제 해군에 배치하는 것이다. 사업 이름은 ‘장보고 N 프로젝트’. 여기서 N은 원자력(Nuclear)을 뜻한다.
정부가 개발하려는 것은 핵무기를 싣지 않는 공격핵추진잠수함(SSN)이다. 국제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 사용, 국내 개발·건조, IAEA 안전조치 준수라는 원칙이 제시됐다.
정부는 한국형 핵잠을 7,000~8,000톤 규모로 최소 3척 이상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는 미 해군의 주력 공격핵잠인 버지니아급(7,800톤급)과 맞먹는 크기다. 처음에는 5,000톤급을 검토했지만, 북한이 SLBM 탑재 가능한 8,000톤급 이상의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가 반영돼 규모를 대폭 키웠다.
“그래서 얼마 드는데요?”…천문학적 비용 논쟁
찬반 논쟁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1척 건조비는 약 2조~3조 원 수준이며, 4척을 확보하는 데 건조비만 8조~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구개발비, 인프라 구축비, 운용 유지비까지 더하면 규모는 훨씬 불어난다.
한 YTN 보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투입될 국방비가 2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대 28.9조 원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다른 방위력 개선사업이 줄줄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측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미국의 안보 분석가 윌슨 그로스만-트라윅은 “한국 조선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의 강점은 상선·재래식 잠수함·수상함 건조에 있다”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한반도가 좁다고? 그게 왜?”
비판론자들이 자주 꺼내는 카드 중 하나는 ‘한반도 주변 수심이 얕아서 핵잠이 제 실력을 못 쓴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이 수심이 얕고 해저지형이 복잡해 심해 고속·장기 작전을 장점으로 하는 핵잠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찬성 진영은 핵잠의 주된 역할을 ‘한반도 내해 작전’이 아닌 ‘북한 SLBM 추적’과 ‘전략적 억제력’으로 규정하며 반박한다.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핵잠수함 사업을 단순한 수출 상품 관점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국의 핵잠 건조 사업은 국가 전략자산 확보와 첨단기술 축적에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특정 분야 인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기반 확대 효과를 낸다는 논리도 덧붙는다.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미국’
기술이나 비용보다 더 근본적인 걸림돌이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미국 원자력법 123조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저농축 우라늄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농축하겠다는 구상을 미국 측에 공식 제안했다. 미국에서 핵연료를 장기 구매하거나 미국 내 농축 시설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갖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핵 비확산·비핵화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미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핵잠 도입이 “한·미 양국에 상호호혜적”이라면서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엘리엇 강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핵잠 도입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카드, 대안인가 우회로인가
미국의 문턱이 높다 보니 ‘프랑스 협력’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랑스는 뤼비급·쉬프랑급 공격핵잠, 트리옹팡급 전략핵잠 등으로 LEU 기반 해군 핵추진을 40년 이상 운용해온 서방 세계에서 드문 사례다. 미국이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고집하는 반면, 프랑스는 한국이 채택하려는 저농축우라늄(LEU) 방식의 선배 격이다.
일각에서 ‘프랑스 카드’가 미국을 우회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강점을 결합해 한국형 핵잠의 성공 가능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동맹 보완형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 논쟁은 ‘안보관’의 차이다
1994년 국방부가 비밀 예산까지 편성하며 처음 시동을 걸었던 한국 원자력 잠수함 사업은, 30년이 지난 지금 ‘장보고 N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1994년 국방부가 480억 원의 비밀예산을 편성하며 시작된 이 사업에는 이미 수천억 원의 연구개발 예산이 투입됐고, 이제 한국은 비핵보유국 중 브라질·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핵잠 확보를 공식 추진하는 나라가 됐다.
‘허영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천문학적 비용, 좁은 작전 반경, 미국의 허들, 기술적 난관까지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핵잠을 둘러싼 이 논쟁이 결국 묻고 있는 건 단순한 무기 구매 결정이 아니다.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고 중국·러시아가 동해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을 반복하는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수준의 독자적 억제력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답이 정해지면, 비용과 기술은 따라가게 돼 있다.
참고 자료
- 전문가들, 韓 핵잠 필요성에 의문…허영 프로젝트냐 – 뉴시스
- 닻 올린 핵추진 잠수함, 한국형 ‘Best Fit’ 핵잠은… – 머니투데이
- 한국, 핵잠수함 팔지도 못하면서…美 전문가 “만들지 마!” – 나우뉴스
-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과 전략적 함의 – 세종연구소
- 핵 다뤘던 미 국무부 인사들 “한국 핵잠 올해 안에? 글쎄…”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