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대출도 못 받고 내 집 마련 포기?… 7.23 부동산 대토론회가 던진 진짜 질문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수원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막상 입주 날짜가 다가오자 은행이 대출 문을 닫아버렸다. 7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나온 실제 사례다. 이 대통령은 잔금대출 규제 예외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일종의 시민위원회를 도입해 예외를 심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즉석에서 지시했다. 3시간이 넘게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세금 논쟁을 넘어 공급 절벽·대출 규제·민간임대 공백이라는 주거 문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금보다 더 급한 ‘공급 절벽’
전문가·사업자·언론인·시민 등 약 140명이 참석해 28명이 발언했지만, 토론이 부동산 세금 이슈에 치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현장에서 더 절박하게 제기된 건 ‘공급 위기’였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일시적인 공급 감소가 아니라 주택공급 연결고리 자체가 끊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수도권 착공물량이 과거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수년 뒤 준공 및 입주물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착공은 6,615호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고, 같은 기간 준공은 1만 690호로 무려 48.4%나 급감했다.
인허가 숫자가 늘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와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울에서 2020~2022년 인허가된 주택 18만 3,055가구 중 이후 3년간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 1,490가구에 그쳤다. 서류상 공급과 실제 입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착공이 줄면 결국 3~4년 뒤 전·월세 시장까지 도미노처럼 흔들린다.
‘민간임대’가 빠진 공급 대책은 절름발이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민간임대가 빠진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정부 공급대책에는 공공분양, 공공임대, 민간분양은 있지만 민간 장기임대에 대한 청사진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토론회장에서 적잖은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한국의 임대시장은 공공과 개인 집주인 사이에 ‘기업형 장기임대’라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리츠·전문 임대법인이 수십 년 단위로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구조가 우리에겐 없다는 뜻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과거 재건축 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부터 입주까지 5~7년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8~10년까지 늘어났다고 지적하며, 서울 강남권 외 지역은 기본 이주비 대출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해 공급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간임대가 이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전세·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잔금 대출 규제, 실수요자가 직격탄을 맞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출 총량 관리와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 이주비대출·전세대출 관리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약에 당첨돼 계약금까지 낸 사람이 입주 직전에 잔금 대출을 거절당하는 상황, 이걸 ‘투기’라고 볼 수 있을까.
사전 온라인 게시판에는 “상환 능력은 충분한데 DSR 규제로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규제 이전 분양 계약자에게는 대출 규제를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이 올라왔다.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실수요자의 현실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예외 심사를 위한 시민위원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 설계가 관건이다. 기존 전입 의무 예외 사유인 직장 이전,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질병 치료 등을 고려하면서 추가 기준을 마련 중이지만, 기준 설계에 따라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월 말 세제 개편, 내 집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7월 말 발표될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세제 설계가 이번 개편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을 준비 중이며,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내세워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에는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1주택자는 상대적으로 보호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공시가격이 높은 주택이라면 보유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주택자: 보유세·양도세 동시 강화 가능성 높음. 비거주 주택의 실거주 기간 확인 필수.
- 실거주 1주택자: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여부와 공제 한도 사전 점검 필요.
- 분양권·입주예정자: 잔금 대출 규제 예외 기준 발표 전, 금융 플랜 B 마련 권장.
- 세입자·무주택자: 공급 절벽이 전월세 가격을 추가로 올릴 수 있어 임대차 계약 시점 신중하게 검토.
이번 토론회가 진짜 신호인 이유
이 대통령이 직접 3시간 넘게 앉아 140여 명의 목소리를 들은 것, 그 자체가 메시지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 강화’라는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공급·금융·민간임대라는 세 바퀴가 함께 굴러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도 분명하게 전달됐다. 세제 개편안 발표가 7월 말로 예정된 만큼, 이후 나올 공급 및 금융 대책이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2026~2028년 주거 시장의 방향이 결정된다.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이나 임대차 계획을 앞두고 있다면, 다음 발표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
참고 자료
- 3시간 넘게 대통령 앞에서 “민간임대 확대” “잔금 대출 예외” 발언…”부동산 세금에만 치중” 지적도 – 경향신문
- “이건 문제다” 李대통령도 공감…은행이 대출 닫자 잔금 못 치르는 현실, 대안 나올까 – 헤럴드경제
- [부동산 대토론회] “이주비 풀고 민간임대 육성해야”…각계서 ‘공급 속도전’ 제언 쏟아져 – 아주경제
- ‘이재명 정부도 공급절벽?’…서울 아파트 준공 1년새 ‘반토막’ – 문화일보
- 7월 ‘부동산 증세’ 사실상 공식화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