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리밸런싱, 7월부터 코스피·환율·금리 동시에 뒤흔든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7월부터 코스피·환율·금리 동시에 뒤흔든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동안, 사실 시장의 가장 큰 ‘숨은 변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다. 그리고 그 유예가 6월 말로 끝났다. 7월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금 이걸 모르면 하반기 투자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리밸런싱 유예가 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자산별로 목표 비중을 정해두고, 시장 변동으로 비중이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초과분을 팔거나 사서 원래 비율로 되돌린다. 이것이 리밸런싱이다. 올해 초,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와 원화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연기금 매도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절차를 한시적으로 멈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이는 한편, 리밸런싱 유예 조치는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목표비중을 올려서 매도 압력을 일부 흡수하되, 유예는 끝내겠다는 절충안이었다. 문제는 코스피가 그 사이 더 올라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연금 주식 비중은 얼마나 불어났나

지난 23일 기준 국민연금의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 주식 평가액은 495조 3,380억 원으로, 지난해 말 245조 1,908억 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116% 폭등하면서 보유 종목의 주가 가치가 동반 상승한 결과다. 코스피가 올해 80% 이상 급등하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최대 허용 상단인 28.8%를 넘어 3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넘어서면 74조 원의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고, 1만 선을 돌파하면 시장에 출회하는 물량은 1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쉽게 말해, 코스피가 높게 유지될수록 국민연금이 팔아야 하는 물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단순한 주식 매도 문제가 아니다 — 환율·금리까지 연결된다

여기서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진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국민연금이 상반기 리밸런싱을 유예하면서 코스피를 떠받치는 대신,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자본 유출을 간접적으로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이 팔지 않으니 외국인들이 대신 팔았고, 그 외국인 매도 자금이 달러 수요로 이어져 원화 약세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달러-원 현물환 일일 거래대금의 최대 50%를 차지했으며, 20일 이동평균 기준으로도 약 15%에 달해 원화 약세의 주범이 됐다. 바클레이즈는 “원화 압박 완화를 위해 리밸런싱을 면제했으나 결과적으로 더 큰 원화 압박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증시 부양을 위한 처방이 환율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어낸 셈이다.

채권 시장은 오히려 반대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면 그 대금의 상당 부분이 국내채권으로 재배분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수급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식 쪽 매도 압력이 채권 쪽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7월 이후,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바클레이즈는 국민연금이 월 7~8조 원 규모로 완전한 리밸런싱을 재개하면 코스피 변동성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수 있지만, 소극적인 조정에 그칠 경우 코스피 과열과 외국인 자본 유출,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원칙대로 빠르게 팔면 단기 충격은 크지만 시장이 안정되고, 천천히 팔면 충격은 작지만 불확실성이 오래 간다.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한 데다 장기간에 걸쳐 분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장이 좋고 유동성이 풍부할 때 한다”며 현재 변동성이 있는 장에서 대규모 매도는 어렵다고 봤다.

개인 투자자가 지금 챙겨야 할 것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민연금 대량 보유 대형주는 리밸런싱 매도 물량의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 단기 수급 압력에 유의하자.
  • 채권 ETF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간이다. 국민연금 매도 대금이 채권으로 재배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환율은 리밸런싱 강도에 따라 방향이 엇갈린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매도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줄어 원화에 긍정적, 소극적이면 반대다.
  • 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은 구체적 매매 규모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연말 시장 상황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혀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즉, 상황에 따라 규칙이 또 바뀔 수 있다. 정책 뉴스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은 어렵고 멀어 보이는 연기금 얘기가 아니다. 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환율, 그리고 금리 방향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하반기 최대 변수다. 지금이 제대로 파악해 둘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