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관학교 통폐합, 대통령 공약이라도 추진할 일 아냐”…5선 시장의 직격탄
취임한 지 불과 나흘. 5선 서울시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2026년 7월 1일 새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시장이 벌써 중앙 정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이 타깃이었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명분만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같은 편에 가까운 보수 진영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5선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를 향해 직접 던진 말이다. 왜 지금, 왜 오세훈인가.

사관학교 통폐합, 어디까지 진행됐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군 교육기관 통합을 통한 군종 이기주의 타파와 합동성 강화’를 내걸었다. 취임 이후 육·해·공군 통합임관식 자리에서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어 미래 전장을 선도할 국방 전문가를 키우겠다”고 공개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국방부가 검토 중인 안은 1·2학년 과정을 충남 자운대에서 통합 운영하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로 분산하되 육군사관학교는 서울 태릉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전지로는 전남 장성군 상무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또 다른 축은 부동산이다. 육사가 빠져나간 태릉 부지와 인근 태릉CC를 합치면 약 200만㎡에 달하는 대규모 택지가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과 맞물리면서, 일각에서는 “사관학교 통폐합이 안보 개혁이 아니라 서울 부지 확보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세훈이 정면 반박한 이유 세 가지
오세훈 시장은 7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렸다. 주요 반박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 합동성은 통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는 미국이 웨스트포인트(육사)·아나폴리스(해사)·콜로라도스프링스(공사)를 각각 운영하면서도 합동참모체계와 합동교육을 통해 연합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예술이 중요하다고 미대·음대·체대를 하나로 합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비유가 눈길을 끌었다.
- 진짜 문제는 군의 사기 저하: 오 시장은 초급 간부 지원율 감소, 우수 인재 유출, 복무 여건 악화가 훨씬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통합이 아니라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이라는 표현은 통폐합의 본질을 정치적 퍼포먼스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 태릉 개발 의혹과 주민 동의 문제: “만약 이번 통합이 태릉CC 주택 공급을 위해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주민 공감과 동의 절차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장으로서 자신의 관할 지역 문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역대 교육사령관들도 나섰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 전날인 7월 4일, 역대 육군 교육사령관 12명이 연명으로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 방침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육사총동창회도 “객관적인 연구와 군사학적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졸속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군 내부 인사 구조의 변화도 배경으로 읽힌다. 2025년 1월 장성급 인사에서 비육사 출신 진급 비율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간 것이 공식 성과 지표로 제시되면서, 통폐합은 이 인사 기조를 양성 단계까지 확대하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세훈의 발언이 갖는 정치적 무게
주목할 것은 타이밍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5선에 성공했다. 야당 집권 중에도 여전히 서울을 지켰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생존 모델로 꼽힌다. 취임 첫 주에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에 정면 반박하는 이 행보는 단순한 ‘지방정부의 이견 표명’이 아니다. 5선 시장이 대권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이슈를 선점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군 출신과 보수 유권자 정서에 민감한 ‘안보’ 카드를 직접 쥐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단순한 논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태릉 일대는 서울시 관할이기도 하다. 중앙정부가 육사 부지 개발을 추진한다면 서울시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 시장이 “지역주민의 동의가 먼저”라고 못 박은 것은, 서울시가 사실상 거부권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관학교 통폐합 논쟁은 이제 단순한 국방 정책 논쟁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이의 갈등 전선으로 번질 가능성이 생겼다.
참고 자료
- 오세훈,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국가 안보 백년대계 흔드는 일” – SBS
- 오세훈,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국가안보 백년대계 흔들어선 안 돼” – 한국일보
- 오세훈 “사관학교 통합, 국가안보 백년대계 흔들어선 안 돼” – 머니투데이
- 육사, 전남 장성 이전 유력시…이르면 내달 발표 – 다음뉴스
- “육사 태릉 빼면 안보도 뺀다”…역대 교육사령관들의 직격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