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월드컵 무득점 설움 날렸다…237일 만의 골, ‘쉿 세리머니’의 의미
월드컵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삼켰던 손흥민(34·LAFC)이 소속팀 복귀 첫 경기에서 바로 골을 폭발시켰다. 그것도 가장 화끈한 무대, LA 더비에서. 득점 직후 그가 펼친 ‘쉿 세리머니’는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도대체 그 눈빛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237일 만의 골, 그것도 엘 트라피코에서
LAFC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LA 갤럭시와의 2026 MLS 정규시즌 16라운드 원정 경기, 이른바 ‘엘 트라피코’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손흥민은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12분 마르코 델가도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진을 허물었다. 이어 페널티 지역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을 뚫었다.
이 골은 지난해 11월 23일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MLS컵 플레이오프 8강 이후 MLS 무대에서 터뜨린 첫 골로, 정규리그만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10월 콜로라도 래피즈전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무려 237일 만의 리그 득점. 팬들이 얼마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지 짐작이 간다.
올해 리그에서 득점 없이 도움만 9개를 기록했던 손흥민의 시즌 16경기 만의 리그 첫 골이었다. 골은 없어도 어시스트로 팀을 살렸던 이타적인 플레이가 드디어 자신의 결정력으로도 연결된 순간이었다.
PK 양보하고, 직접 필드에서 터뜨리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적극적인 슈팅과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으며 전반 막판 얻어낸 페널티킥을 드니 부앙가에게 양보했다. 득점 기회를 동료에게 내주면서도 묵묵히 공격을 이어간 것이다. 그리고 후반, 직접 필드 골로 답했다. 이 장면 하나에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쉿 세리머니’가 말해주는 것
득점 직후 손흥민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답하는 듯한 ‘쉿 세리머니’를 펼친 뒤 찰칵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이 장면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다. “드디어 터뜨렸다”, “저 세리머니 이해됨”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 배경에는 월드컵에서 쏟아진 혹독한 비판이 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무득점’의 수모를 겪었고, 12년이라는 굳건한 세월을 깨고 철저하게 벤치로 밀려나야 했던 선발 제외의 굴욕도 당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초능력’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SI가 공개한 옵타의 분석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득점(xG) 총합이 1.05에 달했는데, 이는 이번 대회에서 무득점으로 그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기회는 가장 많이 만들었는데 골망은 흔들지 못한 셈이다.
그 모든 비판을 가슴에 새겨두었다가, LA 더비라는 가장 뜨거운 무대에서 ‘이렇게 답한다’는 듯 터뜨린 골. 세리머니의 방향이 어디를 향했든, 그 무게는 충분히 느껴진다.
LAFC는 어떻게 됐나, 팀 성적도 챙겨보자
승점 3을 추가한 LAFC는 승점 27(8승 3무 5패)로 서부 콘퍼런스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손흥민의 골 하나가 팀의 콘퍼런스 순위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후반기 첫 경기를 가장 인상적인 방식으로 시작한 LAFC는 기세를 탈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손흥민은 오는 23일 레알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이번 골이 단발성에 그칠지, 아니면 후반기 폭발의 신호탄이 될지는 다음 경기가 답을 줄 것이다.
왜 이 골이 더 특별한가
단순히 오랜만의 골이라서가 아니다. 월드컵이라는 국제무대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고, 에이징 커브 논란까지 감당하며 돌아온 자리에서 터뜨린 골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역 라이벌전이라는 압박감 높은 경기에서, PK마저 동료에게 양보한 뒤 직접 발로 증명했다는 점이 이 골의 무게를 더한다. 지난 2월 리그 개막 이후 도움 9개를 기록하며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던 손흥민은 이번 골로 그간의 득점 갈증을 완벽히 씻어냈고, 특히 이번 상대는 지역 라이벌인 LA 갤럭시로, LAFC 이적 후 처음으로 치르는 엘 트라피코 더비였기에 손흥민에게는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
34세의 손흥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순간, 그게 바로 오늘 경기였다.
참고 자료
- 손흥민, 월드컵 이후 소속팀 첫 경기서 리그 1호골 폭발 — 경향신문
- 손흥민 누구를 겨냥했나, 237일 만에 득점포→보란 듯 ‘쉿 세리머니’ — 머니투데이
- [MLS·리뷰] 손흥민, 논스톱 슛→리그 첫 골 작렬, LAFC ‘LA 더비’ 3-0 완승 — 스포츠경향
- 2026 월드컵 실망 사례 열 손가락 안에 든 ‘손’ — 스포츠경향
- 0골·첫 벤치 굴욕까지… 가장 힘들었던 손흥민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