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도 폭염이 부른 유럽 산불 대재앙…지금 얼마나 심각한가
41도 폭염이 유럽을 통째로 구워놓더니, 이번엔 산불이 남유럽 전역을 집어삼키고 있다.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이 동시에 불타고 있고, 불길은 영국과 노르웨이까지 북상했다. 7월 중순 기준 유럽 전역에서 이미 17만 헥타르—서울시 면적의 2.8배—가 잿더미로 변했다. 폭염이 잦아드나 싶었더니, 이번엔 기온이 12도 ‘뚝’ 떨어지면서 뇌우와 폭우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비가 산불 위험을 오히려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대체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닷새 만에 서울 절반이 사라진 스페인
스페인 당국은 마드리드 북동쪽 과달라하라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1만 3,000ha 넘게 불탔고, 16개 마을 주민 약 8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500명 넘는 소방관을 투입했지만, 강풍으로 불길이 1분에 60m씩 확산하면서 진화 작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북동부 사라고사주에서도 15일부터 산불이 번져 1만 4,400ha가 소실되고 주민 약 1,100명이 대피했다. 두 건의 대형 산불만으로 닷새 만에 서울 면적의 45%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이다.
앞서 이달 9일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 7,000ha가 사라지고 13명이 사망한 바 있다. 올해 스페인에서만 이미 8만 ha가 넘는 면적이 소실돼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해 피해 규모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국경을 모르는 불길—프랑스·그리스·영국·노르웨이까지
프랑스 파리 근교 퐁텐블로 숲도 불로 뒤덮여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부분 폐쇄됐다. 산불은 더 북쪽 영국에서도 잇따라 발생했고, 특히 잉글랜드 남부와 중부 지역의 산불 위험은 최고 등급까지 상승했다. 영국 국가소방본부는 5월부터 이어진 긴 폭염에 나무와 토양이 메마르면서 화재에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서쪽 마을 마드나 인근 소나무 숲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했고, 테살로니키에서는 재활용 공장 화재와 산불이 겹치면서 유독성 연기가 발생해 주민에게 실내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노르웨이에서는 17일 오후 남부 드람멘의 연립주택에서 시작한 불이 바람을 타고 마을 뒷산으로 번져 100채 넘는 주택이 불타고 400명 넘게 이재민이 됐다. 이는 현대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
올해 들어 7월 15일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산불은 1,130여 건, 피해 면적 18만 8,300여 ha로, 지난 20년 평균인 516건·11만 2,000여 ha를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폭염이 만든 ‘완벽한 화재 조건’
스페인 안달루시아 산불의 불씨는 끊어진 송전선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봄부터 이어진 기나긴 폭염에 지표면이 바짝 마르면서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염이 유럽 대륙을 덮친 지난달 22~28일 동안 27개국에서 총 1만 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급증의 원인으로 기록적 폭염을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산불 사망자와 직접 피해자를 합산하면 이번 여름 유럽의 기후 재앙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는 단순한 ‘더운 여름’이 아니라는 신호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 유럽을 뒤덮은 ‘오메가 열돔’—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모양으로 가둔 현상—이 기후변화와 맞물려 산불의 규모와 속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폭염이 꺾여도 끝이 아니다—폭우·뇌우 비상
유럽 중부와 발칸반도를 달궈던 기록적인 폭염이 이번 주 한풀 꺾이면서 일부 지역은 기온이 평년보다 10~12도 낮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에 남아 있는 뜨겁고 습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이탈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강한 뇌우와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건조한 날씨 탓에 이 정도 비로는 폭염 기간 쌓인 가뭄과 산불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베리아반도는 이번 주에도 40도 안팎의 고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대륙 내 기온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즉, 동유럽은 폭우·뇌우, 서유럽은 여전히 활활 타는 산불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이 유럽 대륙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이 위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유럽의 산불 재앙은 단순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도 올봄 동해안과 경북 일대에서 대형 산불을 겪었다.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산불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과거에는 건조한 봄에 집중됐던 산불이, 이제는 한여름 폭염과 결합해 규모와 속도 면에서 전혀 다른 재해로 진화하고 있다. 유럽이 보여주는 ‘폭염 → 산불 → 폭우’ 연쇄는 ‘이상기후’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 산불 취약 시기: 폭염 직후 강풍 부는 날이 가장 위험
- 가장 큰 위험 요인: 장기 가뭄으로 메마른 토양과 식생
- 폭우도 해결책이 아님: 오히려 산사태·토석류 2차 피해 유발 가능
- 핵심 대응: 조기경보 시스템 강화와 산불 발생 즉시 광역 진화 자원 투입
41도에서 12도로 뚝 떨어진 유럽의 기온계는 지금 지구가 얼마나 불안정해졌는지를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참고 자료
- 유럽 전역 산불 비상…佛 여의도 3분의 2·西 서울 절반 잿더미 — 파이낸셜뉴스
- 남유럽 동시다발 산불 확산…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대규모 피해 — 뉴시스
- ‘폭염 산불’ 유럽서 북상 중‥다시 유럽 덮친 ‘살인 폭염’ — MBC뉴스
- 폭염으로 쪄 죽는 유럽의 날씨가 갑자기 ‘급냉각’ 됐다 — 허프포스트코리아
- 40도에서 갑자기 12도 뚝 떨어진다…’역대급 폭염’ 사라지는 유럽, 대체 무슨 일? — 다음뉴스